
안녕하세요. 금채입니다.
저는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솔직히 한국에서의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 이전에 결혼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민하던 시점이 있었고요.
하지만 그것까지 얘기해 보기엔 너무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2021년에 결혼을 했고, 결혼 이전에 남편과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아이에 대해 확신이 없는 저를 존중해 주었고, 추후에 생각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저의 선택에 따를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결혼 후에도 한 번도 그 부분에 대해서 조바심을 낸다거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세상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의 의중을 모를 리가 없겠죠?
남편은 아이를 좋아하고 다수의 가정이 가지는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대한민국에서 정말 평범한 루트를 거쳐온 사람으로서,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하더라도, 다수가 정상범위라고 간주하는 그 범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비슷한 시점에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 둘 임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임테기 두줄이 되자마자 가족보다도 먼저 공유를 해주는 친한 친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에게 큰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모여야 영향을 줄만한 잽잽펀치? 정도였습니다.
그 시점에 저는 그런 잽잽펀치는 신경을 못 쓸 만큼 저 나름대로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인생 두 번째로 우울증이 찾아왔었습니다.
인생 첫 번째의 우울증은 근거가 너무 명확했는데요.
결혼 이후 모든 것이 안정된 시점에서 찾아오는 우울증은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더욱 힘들더라고요.
저 나름대로 다양한 분석을 해보았지만, 그냥 원인불명으로 세로토닌 수치가 확 떨어진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1년 넘게 버티다가 결국 병원을 다니게 되었는데요.
의지를 가지고 정신과에 방문하기까지도 힘들지만, 의지가 아닌 이유로도 정신과 방문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평이 좋은 병원은 예약 후 3개월 이후에나 방문할 수 있고, 심하면 1년 이후도 봤습니다.
그때쯤이면 자연 치유되거나 아니면 뭔 일이 벌어지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요?
다행히 집 앞에 예약 없이 운영되는 병원이 있어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 맘대로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병원 앞에 살던 것이 지나고 보니 저에게 큰 행운이었네요.
2023년 6월경부터는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말 콩알보다도 작은 그 약이 정말 엄청나던데요?
처음엔 좀 졸리는가 싶더니, 저를 힘들게 하는 많은 생각들을 줄여주었습니다.
출근할 때의 그 괴로운 마음, 업무전화를 받을 때의 그 불안감과 심장 두근거림이 없어지더라고요.
엄청 행복하지 않더라도, 불안감과 불행한 생각 없이 지나가는 주말들.
'아 맞다. 나 예전엔 이렇게 살았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 나았다는 생각보다는, 우울증이 없는 사람이 사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선생님이 그러한 경험이 쌓여 치료에 도움을 줄 거라고 하더라고요.
담담하게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해주신 선생님, 선생님은 기억 못 하시더라도 어딘가에서 감사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처럼요.
선생님은 약을 정말 짧게는 3개월, 그래도 기본 6개월 정도는 먹어야 나중에 재발이 적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한 5개월 정도 먹은 것 같습니다.
살만하니 그제야 주변이 보이더라고요.
육아를 하고 있는 친구들, 벌써 애들 초등학교 입학시키고 있는 저의 입사 동기들,
그리고 아동복 코너에서 이런 귀여운 것 사줄 손주 하나 없다던 우리 아빠,
그리고 아기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며 구경하고 있는 저의 남편.
제가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였는데요.
인간이 진화심리학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거창한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그 경험의 빈도가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요.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솔직히 임신, 출산, 육아는 통계치를 보면 늘 부정적인 전망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모든 것의 답을 책에서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임출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늘 막연하고 두리뭉실하다고 말했더니, 저의 입사 동기가 또 두리뭉실한 책 하나를 추천해 주더라고요. 그 책은 '긴긴밤'이라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솔직히 읽을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요. 저희 동기는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냥 주변의 잽잽펀치를 주워 모으다 보니, 이제는 그 책을 추천한 의미를 좀 알 것 같습니다.
가족이 주는 그 연대감의 소중함...?
저도 그것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젠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신과약을 단약 하면 몸에서 그 영향이 빠져나가는 게 얼마 정도 걸릴지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길게 보면 2주라고 하시더라고요.
혹시 몰라 한 달을 기다리고는 결심했습니다.
이제 준비해 보자. 하고요!
하지만 그게 임신의 시작일 줄 알았지, 난임의 시작일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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